작가연구 - 이주홍
이주홍
1960년에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향파 이주홍 선생은 합천초등학교와 향리의 서당을 거치면서 전통 한학과 신문학을 아울러 배웠다.
그리고 1920년 서울로 올라가 고학을 하며 한성중학교를 다녔다.
1924년 일본으로 건너가 문학수업에 전념 하였고, 서울로 돌아온 그는<신소년>(1929), <풍림>(1936), <신세기>등의 편집에 관여하고 동화 <천당>(1993), <군밤>(1934) 등을 발표 하였다.
<별나라> 편집에도 참여 하면서 <청어 뼈다귀>, <윤첨지와 잉어> 등의 카프이념이 담긴 사회의식이 뚜렷하면서도 문학으로써의 예술성도 잃지 않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1934년 제2차 카프검거로 경찰에 쫓겨 낙향했다가 1936년 다시 서울로 올라가 일본의 탄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문학을 계속 했다. 1940년대 만화와 출판 미술로 몸을 낮추며 격량을 피해 살았으나 1945년 봄, 서울에서 일본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 경남 거창으로 압송되어 고초를 겼다가 광복 다음날 1945년 8월 16일에 풀려났다. 광복 뒤 향파는 배재중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연극이야말로 새 민족국가 건설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는 믿음으로 희곡창작과 연출 활동을 이끌었다. 1947년 부산으로 내려온 향파는 동네 중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1949년부터 부산수산대학교 교수로 역임했다. 1954년 동화 <피리부는 소년>과 자전적 소년소설 <아름다운 고향>을 발표했다. 1958년 부산아동문학회를 창립 하였으며, 1966년 <문학시대>를 창간했다.
풍자와 해학을 주축으로 한 흥미성을 중시하여 이른바 읽혀지는 재미성을 주장하는 아동문학가로 대표하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단편소설로는 1967 <현대문학>에 발표한 <유기품>이 있는데 이것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의 축소도를 보여주는 고발소설로서 일상적인 사건의 묘사와 자연스런 표현, 능숙한 리얼리티가 특징이다.
향파 이주홍 선생은 60여년의 세월동안 200권이 넘는 작품집을 내 놓았다. 그는 어린이문학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가적 수업의 부족’, ‘서양동화의 범람’, ‘상업주의 잡지들의 횡포’, ‘비평의 부재’, ‘재미의 결여’ 등을 꼽았다.
1957년 부산시문학상을 받았으며, 1979년 경상남도문학상과 대한민국예술원상, 1983년 불교 아동문학상, 1984년 대한민국 문학상, 아동문학부분 본상 등을 받았다. 1972년 부산수산대학교를 정년퇴직하고 이대학의 명예교수로 지냈으며, 1987년 향년 81세로 생을 마감하였다.
2. 작품분석
(1) 돼지 콧구멍
주사영감네 돼지란 놈이 새끼 다섯을 거느리고 하필 종규네 집에만 와서 애를 먹인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온통 난리쳐 종규네 목숨 같은 호박밭을 보고 속이 상한 종규네 아버지는 주사 영감을 찾아 간다. 큰 맘을 먹고 같지만 주사영감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말 못하는 짐승이 한일이니 이해하라는 말이 고작이다. 오히려 호박을 팔러 장에 갈 종규아버지에게 맨자지(순쌀밥)로 먹을랴니까 밥맛이 없다며 수곡(밑보리)을 사오라고 부탁까지 한다.
종규네는 아침을 보리죽으로 하려고 하는데 종규동생은 죽사발을 엎어 발을 데고 온통 난리다. 종규는 보리죽을 마시다시피 먹고는 곁방에 두었던 활을 가지고 나와서 돼지코를 냅다 쏘았다. 코에 활촉을 꿰고 뛰쳐 들어오는 돼지의 모습을 본 주사영감은 종규네로와 한바탕 퍼부울 태세로 “아무리 무작하기로니 말 못하는 짐승을 이런단 말이야?”
“그래 이게 무슨 경우야!” 주사영감은 돼지가 당한것만 분하고 종규네가 당한 일은 그리 중요 않은 것 같다. 종규는 아버지에게 한 차례 얻어맞고 눈물이 그렁그렁해 가지고 “경우가 무슨 경우야? 경우가 무슨 경우야?” 중얼거리며 다시 활촉을 빼족하게 다듬는다. 지금의 아이들이 종규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을까?
<청어뼈다귀>
동네에서 가난한 순덕이네는 어머니는 병들어 계시고 순덕이는 치도부역을 나갔다가 어깨에 고름과 물집이 생겨 앓고 있고, 세 살먹은 동생이 태독을 앓다 죽었다. 순덕이네 부모님은 상실감과 배고픔으로 병이 더했다. 순덕이네는 김부자집 논 서마지기를 병작하는데 주인이 찾아와 제대로 농사 짓지 않는다고 소리를 지른다.
순덕이네는 며칠째 저대로 먹지도 못하는데 지주에게 밥과 청어 한 토막을 구해와 밥상을 차린다. 순덕이는 누를 수 없는 식욕에 꼴깍 침을 삼킨다.
하지만 주인은 밥 한톨 남기지 않고 청어 뼈다귀와 씹어놓은 청어대가리만 남긴다. 순덕이는 참을 수 없이 섭섭하고 슬펐다. “에라, 홧김에 이게나 먹어봐라.” 청어뼈다귀를 우물우물 씹었다. 잘 씹혀지지 않아 목에 걸리고 말았다. 손가락을 후벼 봐도 점점 깊이 박혀지는 것 같다. 이 모습을 본 아버지는 화가나 순덕이 어깨를 쳤다. 순덕의 고름이 온 방안에 뿜어 졌다. 아버지는 미친 듯 순덕의 고름을 입으로 빨며 순덕을 안고 울부짖었다.
모두 함께 울었다. 그 시절은 누구나 힘들었던 시절의 애환이다. 서로의 아픔, 가족의 아픔, 소작인이 바친 청어를 모조리 먹어 치우는 욕심 사나운 지주모습 등 현실주의적 소재로 다루고 있다.
<우체통>
숙희네 집 앞에 있는 빨간 우체통 이야기다.
우체통을 처음 보는 숙희는 편지가 어떻게 전달되는지 잘 모른다.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땅속으로 구멍이 뚫려 전해질 거라 생각한다.
숙희는 우체통이 재미있는 것이라서 자기도 재미있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
어느날 숙희는 개떡을 먹으면서 아버지 생각이 나 아버지에게 개떡을 보내기로 작정하고 종이에 야물게 싸고 전에 아버지한테서 온 편지 봉투를 그 위에다 노끈으로 묶어 우체통 구멍에 떨어뜨린다. 그런데 우체부 아저씨가 우체통에 넣은 개떡뭉치를 숙희네 집으로 도로 갖다 준다. 숙희는 그 날 이후 우체통에 대해 알게 된다.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메일을 하는 요즘 아이들은 숙희의 행동이 우스워 보일 수 있지만 그 시절엔 처음 알게 되는 우체통에 대한 이야기다.
< 아름다운 고향 >
어느 날 영재는 자신의 방을 도배하다 옛날 신문뭉치에서 낡은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영재는 유복자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남달랐다. 그 당시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아버지를 사진으로 밖에 볼 수 없었던 영재는 아버지의 일기장을 통해 아버지의 지나온 삶을 알게 된다.
딸 셋밖에 없던 허별감은 삼월이를 꼬여 아들을 낳게 하고 이름을 ‘기득’이라고 짓는다. 허별감은 기뻐하지만 성질이 고약한 마님은 심한 매질과 구박을 해 삼월이를 쫓아낸다.
강물에 빠져 죽으려던 삼월이를 허별감집 머슴 김동이가 구해 함께 밤마을을 떠난다. 그들은 낯선 산골에서 허름한 집을 짓고 살게 된다. 아들 ‘현우(후일의 영재 아버지)’를 낳는다. 그리고 세 번의 이사 끝에 읍내로 집을 옮겨 현우는 보통학교에 들어간다. 지게꾼 아들이라고 놀림을 받던 현우에게 담임선생님은 장래에 훌륭한 음악가가 될거라고 말씀을 해주신다. 또 다시 살기가 어려워 촌으로 이사를 하고 현우는 학교를 못 가게 된다. 하지만 선생님 덕분에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된다. 그 후 허별감을 만난 현우네는 다시 밤마을로 이사를 하지만 허별감 마님의 횡포에 못 이겨 재 너머 새안골로 떠난다.
졸업생 대표로 노래를 부르는데 서울 유학생 용훈을 보고 바이올린에 매료된다.
중학진학을 못한 현우는 죽당선생의 서당에서 한문을 배운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지만 다시 나라를 되찾을 생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는다.
대보름날 경무청의 허가를 받아 읍내에서 큰 줄달리기를 하기로 한다.
마을 젊은이들은 짚을 거두어 몇날 며칠새끼를 꼬아 줄을 드린다. 죽당 선생은든다. 드디어 정월그림을 그리고 깃발을 만대보름날 두 편으로 갈라진 고을 사람들이 줄달리기를 한다. 현우네가 지고 우통을 피해 뛰어가다 바이올린 소리에 발을 멈춘다. 그 곳은 예전 음악회에서 본 용훈 선배의 집이었다. 용훈은 현우를 방으로 들어오게 하고 우리나라의 역사와 한일합병이 되기 전까지 배경과 나라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게 된다. 현우는 해금을 보고 해금을 만들어 ‘아리랑’ 곡조를 켜고 그 소리에 아버지는 어깨춤을 추고, 그 모습을 보며 어머니가 웃고, 가족이 모두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
현우는 지금의 행복이 영원하길 빌었다. 그러나 불과 얼마 못가 광무 황제가 죽고 삼월일일 광무황제 장삿날 ‘독립선언서’가 선포되고 만세운동이 시작된다. 현우네 마을에서도 만세운동을 펼친다. 현우네 아버지도 사람들을 이끌고 만세를 외친다. 그 후 심한 고문으로 어머니는 한쪽 다리를 못 쓰게 되고 아버지는 돌아가신다.
태호는 서 서방이 맡긴 소 판 돈을 돌려주지 않고 현우와 서울 가는 기차를 탄다.
서울 생활은 힘들었다. 우미관 앞에서 영신환을 팔고있는 ‘기득’을 만나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나 돌아서 가버린다. 어느 날 태호가 찾아와 돈을 부쳐왔다며 일본가서 공부하자고 한다. 일단 부산으로 가지만 소매치기로 돈을 몽땅 잃어버리고 태호는 어디론가 가버린 후 일본을 가기 위해 온 용훈을 만나 함께 배를 탄다. 용훈의 도움으로 취직도 하고 하숙집도 구하고 중학교에 들어간다. 용훈은 현우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쳐 준다.
토오꼬오에서 동포들을 위한 음악회에 자신이 작곡한 ‘고향의 노래’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한다. 여름방학을 맞아 고국동포들을 위한 순회음악단을 만들어 고국에 돌아온다. 어머니를 빨리 보고싶은 마음에 고향을 향하지만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르고 있었다. 공연을 마치고 일본으로 가지 않고 새안골에 남는다. 현우는 선희와 결혼하여 두 아이를 가졌으나 다 잃고, 젊은이들에게 독립사상을 심어 주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혀 서른네 살에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영재는 다음해에 태어났다. 아버지의 일기를 다 읽고 난 영재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눈을 감고 이 세상 누구보다 훌륭한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본다.
< 못 나도 울 엄마>
엄마가 외출한 사이 젖먹이 동생과 단 둘이 남은 명희는 떡을 팔러 온 할머니의 꾐에 넘어가 몰래 돈을 꺼내다가 미싱뚜껑을 찌그러뜨린다. 그 와중에 동생까지 잠을 깨 겨우 자장가를 불러 잠을 재운다. 학교에서 돌아온 언니 복자는 명희가 떡장수 할머니 딸이라고 놀린다. 진짜 내가 떡장수 할머니의 딸일까 궁금한 명희는 할머니가 사는 굴다리까지 오게 된다. 할머니의 대한 연민이 생겨 어머니처럼 섬기기로 하지만 동생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꿈이었다.
<청개구리><가자미와 복장이> 우화적 풍자한 이야기다.
<서울에서오신손님> 고양이가 살찐이가 칭찬에 우쭐해서 두 마리 생쥐를 잡으려다 못쓰는 냉장고에 갇히게 되는 이야기다.
<외로운 짬보> 종운이와 길래는 함께 하얀 돛단배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숲 속 나라에서 여러종류, 갖가지성격을 지닌 동물들을 만난다. 종합예술제에서 동물들의 춤과 노래, 연극을 구경하고, 외톨이 짬보의 연주회에 들러 혼자 잘난척하는 짬보를 지켜본다. 그러다 다시 꿈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메아리>누이를 시집보내고 깊은 산골에 아버지와 외따로 남게 된 소년돌이의 쓸쓸함과 그리움을 새로 태어난 송아지로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채워 주고 싶은 돌이 아버지의 마을을 볼 수 있는 이야기
<비오는 들창>‘충무공이순식’연극을 준비하는 강희와 종무가 부모님의 싸움에도 따뜻하게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
<섬에서 온 아이>남조는 도시로 나오다 노파의 꾐에 빠져 남의 집 식모살이로 팔려가고 온갖 학대를 받지만 괴롭힘을 당하는 할아버지를 남몰래 따뜻하게 모시고 섬에 홀로 계신 자신의 할아버지를 그리워한다. 그러나 남의 집 할아버지가 죽가 남조는 친구를 만나 다시금 고향으로 돌아온다.
<딱부리집 식구>사진을 인화하려는 종갑이, 양복을 갈아입으려고 다시 찾아든 아버지, 고된 날품에서 돌아온 생선장수 어머니, 사진을 찍으러 온 손님과 빚 받으러 온 갈 주사, 쫄래쫄래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술을 사들고 오는 동생 정희등 인물들이 집에서 딱 마주친다.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 웃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
<사랑하는 악마 >
둘째아들과 살던 진국이 할머니가 도시에 있는 큰아들 집으로 오면서 둘째 아들집 손자놈 이름을 부르며 답답해서 못살겠다고 말하곤 했다.
아파트를 한약방에 있는 약서랍에 견준 것. 시골 사투리를 많이 쓰기 때문에 손자 아이들이 웃으면 할머니는 아이들을 보고 “이자식들아, 할뭉이는 촌에서 살아 촌말밖에 몰라서 그라는데 뭐가 우습노!”하고 야단을 쳤다.
치마를 ‘처매’ 김치를 ‘짐치’ 웃돈을 ‘쭈리’ 바위돌을 ‘방굿돌’ 1학년짜리 태수놈은 ‘방굿돌, 방굿돌’하면서 할머니를 놀려댔다.
손녀 정미를 두고 “야시다, 야시!” 너무도 깔끔하게 해 놓은 것을 볼때면 “어이구, 요 야시야!” 정미는 ‘야시’란 말이 좋은지 나쁜지 몰라 어머니에게 물어보지만 어머니는 산에 사는 여우라고 말한다. 정미는 그때부터 할머니를 미워했다.
할머니는 정미가 귀여울 때마다 “야시”라고 말을 잘하다가, 정미가 어른같이 무슨 일을 잘 알고 있을 때는 매구다. 또 처음 들어보는 소리 ‘매구’가 뭔지 몰랐지만 정미는 틀림없이 그 말도 ‘야시’와 같이 나쁠거라 생각하고 할머니를 보고 대들었다. “앙!하고 어둔 밤에 아 잡아 묵는 게 매구지 뭣이 매구겠노, 요년아” “ 아니, 그럼 내가 마귀란 말여요? 내가 아이 잡아먹는 마귀란 말여요?” 엉엉 운다.
정미는 잘 토라진다고 삐죽이다. 집안에서나 학교에서도 3학년 7반 오정미라면 반 아이들이 다 알아주는 별난 아이였다.
친구들에게 양보하는 일도 없고 한번씩 충돌 안해본 아이가 없을 정도다. 빌려주는 것도, 빌려 쓰는 것도, 제 것을 볼까봐 손으로 가려놓고 쓰고 오죽하면 삐죽이일까? 어느 날 시험공부를 하는데 할머니가 허리를 밝아 달라고 하는데 싫다고 한다. 그래서 할머니는 “어른 말 안 들으면 뭐가 되는지 너 알지?” 정미는 어른 말을 안 들으면 정말로 매구가 되는지 걱정되었다. 꿈속에서 친구들도 마귀라고 놀아주지 않는다. 그러던 중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나 착한 일을 하라고 도중에 첫 맘을 먹어 백에서 아흔아홉까지 하고 하나가 모자란다 해도 허사가 되고 만다는 얘기를 한다.
하지만 ‘착한일? 착한 일이라면 어떤 것을 가리켜서 하는 말일까?’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와 할머니 흰 고무신을 닦고, 다리를 주물러 드리려고 하지만 “아이구 야야, 와 그라노?” 하고 정미를 바라본다.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고 속상해 한다. 하지만 정미는 착한 일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옆자리 숙희에게 반찬을 나누어 먹기도 한다.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할머니가 삼촌과 시골로 가셨다고 한다. 정미는 할머니가 가셨단 말에 가슴이 쿵 내려앉는 듯 했다. 정미는 비상금을 털어 시외버스 터미널 대합실로 할머니 마중을 나간다. 요쿠르트 한병, 구르산 한병, 껌한통 그리고 송학무늬가 놓여있는 노랑색 타월 한 장을 사 가지고 보기 좋게 싸가서 할머니께 드린다. 할머니는 감격해 연신 내새끼 내새끼 하며 눈물을 질금질금 흘렸다. 가을에 타작해 놓고 또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개찰구로 들어갔다.
(3) 작품경향
<돼지콧구멍> 1930년대에 동화로 살기 어렵고 고된 얘기가 가득하다.
소작농과 지주라는 관계가 아니더라도 형태만 조금 다를뿐 서럽고 억울한 분위기는 상하관계, 주종관계는 지금 봐도 낮설지 않는 분위기다.
<아름다운고향> 일본에게 강제로 나라를 빼앗겨 식민지가 된 조국에서 억눌리고 짓밟히면서도 꿋꿋하게 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다.
작가의 자서전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일제의 억압을 줄달리기 시합을 하면서 하나가 되는 민족성, 끈질기게 살면서 꿈을 간직하고 나라를 아끼는 한민족의 모습들이 담겨 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의미를 가지고 자랑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이 감동을 준다.
<못나도 울엄마> 1977년 초판을 출간하여 30년 만에 디자인을 새로이 해 재출간된 못나도 울엄마 풍자와 재치로 웃음을 주면서도 가난과 부모형제, 조국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보잘 것 없는 것이라도 제 것을 귀하게 여기는 자주정신을 일깨우는 이야기.
<사랑스런 악마> 풍부한 재치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동화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화, 정미는 자기 일을 빈틈없이 하지만 자기중심적이어서 남의 잘못을 용서할 줄 모르는 정미의 심리와 그 심리 변화가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독서지도사과정 작가연구 1조발표문중에서)